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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박사 저

카이노스123 202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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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 생각의 출현에서 핵심적인 부분만 발췌한다. 

24강 자발적 대칭 파괴로 생각이 진화하다

 

지금까지 뇌의 구조나 뇌의 작용을 통해서 어떻게 의식, 생각, 느낌 등이 나타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와 함께 의식의 구조에서 바탕을 이루는 물리학, 특히 입자물리학의 세계도 들여다보았죠.

 

물리 근원의 대칭의 세계에서 시작하여 대칭 붕괴로 초래된 의식의 출현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인간의 생각이라는 것도 대칭과 대칭의 붕괴를 끊임없이 일으키며 계속 움직여 갑니다. 생각의 대칭과 대칭 붕괴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학습입니다.

 

학습, 기억 그리고 생각을 바꾸다

 

다시 우리 뇌 시스템으로 돌아가서, 우리 인간의 기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절차 기억, 신념 기억 그리고 학습 기억.

절차 기억은 주로 대뇌기저핵의 선조체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신념 기억은 편도체와 자율신경 호르몬의 반응 등이 관여되죠.

학습 기억은 해마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납니다.

 

학습 기억의 루트를 보면 해마와 피질이 쌍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학습 기억의 특징은 끊임없이 에러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한번 배우면 평생 잊지 않는 생존을 위한 절차 기억과

한번 형성되면 결코 바꾸지 않는 신념 기억과는 대조적이죠.

학습 기억은 10세 전후에 급격히 증가합니다. 25세쯤 되면 절정에 이르고, 35세쯤 되면 안정적이다가 6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학습을 하면 기억 시스템이 바뀝니다. 그리고 학습 형태를 중심으로 학습 부재형, 학습 최소형, 학습 주도형으로 학습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죠.

 

오픈 시스템, 즉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기억을 보면 학습 기억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세 가지 기억의 비율이 생각의 유연성에 관한 인간형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20대 대학생의 경우 절차 기억이 10%, 신념 기억이 20%, 학습 기억이 70% 정도라 보면,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대학 시절 이후에는 학습 기억이 30%로 줄어들면서 신념 기억이 60% 정도로 올라갑니다. 즉 나이 들어가면서 학습 부재형의 완고한 인간이 되는 거죠. 자기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고정된 신념 체계가 생각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겁니다. 종교나 정치적 도그마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죠.

 

신념 기억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데 강력한 추진력을 주지만,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서로 다른 신념 시스템끼리 충돌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일이죠. 새로운 학문을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우리 뇌가 학습 기억이 우세한 상태로 동작하여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간이 됩니다.

 

학습 최소형은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학습만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죠. 책을 읽어도 현실적인 책만 읽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독서는 현실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죠. 10년 전과 지금의 변화 속도는 너무나 다릅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졌죠. 그래서 현실적인 학습만 할 경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근시안적인 독서로는 현실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죠. 현실 변화의 방향은 현 상황을 구성하는 요인에서 생성된 것이고, 그런 현실 구성 요인들의 많은 부분이 외부에서 생성된 것입니다.

 

100명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특이한 형태가 학습 주도형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독서를 통해서 배우죠. 오픈 시스템을 향해 살고 있는 이 사람들의 학습 기억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융통성과 판단력, 비전이 탁월해지죠. 학습 주도형의 사람에서는 신념 기억이 균형 잡힌 지식의 힘으로 제어되어 맹목성이 올바른 방향의 추진력이 되는 순기능을 하게 됩니다.

 

뇌의 대칭, 생각의 대칭을 깰 것

 

이렇게 융통성,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첫째, 지식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베이스캠프가 낮으면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게 더 힘들죠. 집요한 학습으로 지식의 총량이 많아지면, 즉 판단력의 기준 바탕이 높아지면 삶의 예측은 더 정확해집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자연과학의 고급 지식을 쌓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물질 시스템과 시공 모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까지 이해의 영역을 넓혀야 하죠.

 

둘째, 질문을 품어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질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죠. 예부터 선사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도를 깨치기 위해서는 의심 덩어리가 커야 하고, 강렬한 내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의심 덩어리를 함부로 노출한다든지 간단히 해결했을 때는 공부, 학습의 동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런 질문은 만들기도 어려우며 한번 얻은 질문은 적어도 5년, 10년 이상 내적으로 질문의 강도를 높여서 학습의 추진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질문의 힘으로 대상을 보기 시작하면 결국 그 질문이 스스로 답을 찾죠.

 

세 번째, 학문에 미쳐야 합니다.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미친 듯이 몰아붙여야 하는 겁니다. 보통은 5년, 좀 어려운 분야는 10년 단위로 계획하여 스스로 분야를 조망할 만큼 학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술이 되었든 철학이 되었든 자연과학이 되었든 어떤 분야 10년씩 완결하여 50년 공부할 것 같으면 적어도 다섯 가지 이 분야를 섭렵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가 중요합니다. 학습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자연과학대 인문과학의 비율을 7대3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연과학은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수학이라는 것은 숫자를 헤아리는 데서 출발하죠. 우리는 수 개념을 본능적으로 파악합니다. 우리 뇌의 진화 덕분이죠. 사람이 지나갈 때 서너 명 정도는 순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대여섯 명이 넘어가면 헤아려야 하죠. 십진법을 쓰지 않는 사회에서는 더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큰 숫자를 헤아릴 수 있으려면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이죠. 숫자뿐만이 아니고 더 큰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을 의도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또한 자연과학은 40대가 되기 전에 공부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시작할 수 없습니다. 철학이나 문학 같은 분야는 나이가 들어서도 등단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미분 적분, 일반상대성이론을 6, 70 먹은 노인이 취미로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다섯 번째, 목표량이 중요합니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양은 질로 바뀝니다. 그 임계치를 책으로 치면 3천 권 정도 될 것입니다. 자연과학 대 인문과학, 7대3으로 해서요. 50대가 될 때까지 3천 권 정도 집요하게 읽다 보면 정보가 서로 링크되면서 정보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거죠.

 

이에 덧붙여서 양질의 정보, 양질의 책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합니다. 어렵지만 피해 갈 수 없는 기본 학습량을 습득하는 학습 독서만이 우리의 학습 근육을 강화시켜줍니다. 언젠가 하버드 대학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강연한 것을 글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교육의 최종 목표는 좋은 책인지 그저 그런 책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정보,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학습에 가속이 붙습니다.

 

결국 생각의 출현으로 가는 길에는 융통성과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의 인간이 서 있습니다. 스스로 대칭을 깨뜨리고 다시 대칭으로 향하는 것이죠. 우주 초기의 대칭이 깨어져서 나타난 것이 뇌, 의식의 출현 아니었습니까.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풍경화를 그리는 것.

 

일생 동안 한 순간도

우리를 떠나 있지 않은 느낌과 감정과 생각들

의식의 다층적이고 복잡 미묘함이

투명한 가을 하늘처럼 

스스로 환해질 수는 없을까.


감정과 운동을 살펴본다는 것은 

선조들의 35억 년간 

당혹과 좌절과 한숨을 헤아려보는 것.

 

생각의 구조와 작용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회와 문화라는 틀 속에서 

전체와 부분을 반복적으로 살펴보는 것.


언젠가는 흐릿한 윤곽들이
스스로 

뚜렷한 색감과 전체의 울림으로 드러나는 

풍경화가 될 때까지


뇌가 그리는 생각의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을 때까지

 

생각을,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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